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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아트센터] 2023 주제기획 《스미다 머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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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61회 작성일 23-05-11 16:08

본문

전시개요


전  시  명 : 스미다 머무는

기       간 2023년 5월 11일 (– 7월 15일 ()

시       간 : 오전 10시 – 7시 (3~10)

                 오전 10시 – 6시 (11~2)

                 매주 일요일추석에는 휴관합니다.

장       소 우민아트센터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사북로 164 우민타워 B1

참여작가 : 노경민박윤지여인영이성경이소연

관  람  료 : 무료

주       최 우민아트센터

후       원 : 우민재단

 

전시는 창작의 출발점이 되었던 기억과 심상, 감각과 찰나의 순간 등이 회화의 표면에 하나의 물질과 이미지가 되어 스미고 머무르는 양상에 주목합니다. 전시 제목 스미다 머무는은 동양화의 재료 한지에 안료가 흡수되다 이내 특유의 이미지와 빛깔, 형태가 남는 양상에서 착안하였습니다. 캔버스 천과 달리 동양화의 한지는 안료를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재료의 물리적 특성은 작업에서 재료를 다루는 방식과 과정, 화면에 구현되는 이미지와 질감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지점에서 전시는 회화의 표면에 안료를 스미고 기다리는 창작자의 몸짓과 시간, 나아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작업에 투영되는 유무형의 것들에 주목합니다.

 

각 작가는 장지와 순지, 먹과 분채 같은 동양화 재료부터 캔버스 뒷면과 아크릴까지 다양한 재료로 자신이 그리는 것을 화면에 담아냅니다. 장지에 분채를 반복해서 올리며 빛이 머무른 순간의 잔상을 그리는 박윤지, 한지에 목탄으로 흔들리는 선을 쌓아 올리며 경계의 풍경과 그림자 풍경을 그리는 이성경, 인간의 욕망과 결핍이 교차하는 붉은 여관방을 수묵을 수차례 장지에 스미며 그려내는 노경민, 삶의 흔적과 죽음의 무게를 먹과 연필이 품은 무수한 회색으로 그려내는 여인영, 내면의 주관적 환상의 세계를 캔버스의 뒷면에 그리는 이소연까지 다섯 명의 작가는 서로 다른 재료와 기법으로 작업합니다. 회화에 촉각적이고 시각적인 표면이 완성되기까지 재료가 표면에 스미다 머무르며 남긴 흔적들, 그 이면에 유동하는 것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시 서문

어떤 종이는 얇고 부드러워서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만 같다가도 이내 천천히 스미듯 안료를 받아들인다. 붓질을 올리고 종이가 마르기를 기다리고 안료가 선과 면으로, 질감과 빛깔로 화면에 자리하는 모양을 가만히 바라본다. 의도와 우연 사이를 오가며 종이에 색을 쌓아내고 덜어내기를 반복한다. 마음에 품었던 감각과 기억, 생각에 형체와 색깔을 찾아준다. 조금은 더딘 이 과정은 작가가 재료 사이에 오가는 가장 느리고도 성실한 대화다.

 

스미다 머무는은 이 느린 대화의 과정을 들여다보며 완결된 회화의 표면에 머무른 것들에 시선을 건넨다. 동양화 재료와 기법으로 작업하거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는 다섯 명의 여성 작가 (노경민, 박윤지, 여인영, 이성경, 이소연)의 작업을 통해 작업의 시발점이 되었던 기억과 심상, 감각과 찰나의 순간 등이 회화 행동의 궤적을 거쳐 회화 표면에 스미고 머무는 양상을 살펴본다.

 

박윤지는 빛과 그림자, 바람이 머물던 시간을 그린다. 어느 한낮 창가 너머로 흔들리는 나뭇잎, 한데 모였다가 산란하는 빛의 무리, 은은히 비치는 가지에 드리운 햇살처럼 그날의 빛과 바람, 온도와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다 이내 사라지고 마는 연약하고 흐릿한 풍경을 담는다. 작가는 빛과 바람이 머물던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찰나의 순간 마음에 남은 잔상과 감각을 들여다보며 조형적으로 재구성하여 화면에 담는다. 먹이 종이에 스미는 특유의 모양을 좋아하는 작가는 물을 뿌린 장지나 순지에 분채로 채색하여 색이 천천히 종이에 번지는 모습을 포용한다. 옅은 색을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하며 천천히 기대하였던 색채를 쌓아내며 손에 잡히지 않던 순간을 은은하게 그려낸다.

 

이성경은 그림자 풍경, 경계의 풍경을 그린다. 채색한 한지에 나무를 태워 만든 목탄으로 느리게 그리고 지우길 반복한다. 목탄은 선명한 선을 남기는 대신 먼지처럼 부풀고 날리다가 유연하게 열린 선과 우연한 얼룩을 남긴다. 작가는 안료를 유연히 수용하는 특성을 가진 한지에 목탄으로 그리고 지우며 정착시키는 과정을 반복한다. 목탄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대개 빛과 어둠, 안과 밖, 존재와 그림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어슴푸레한 순간, 모호한 경계와 그림자가 이루는 풍경이다. <또 다른 그림자> 연작에서 유리 건물의 창은 마치 그림자처럼 바깥 풍경의 반영상(反影像)을 드러낸다. 유리창 격자면 하나하나에는 실내조명이나 햇빛의 굴절로 인해 조금씩 왜곡된 풍경이 맺힌다. 유리창의 프레임, 각 면의 경계 등 무수한 경계선이 이루는 질서정연한 모양과 유리창이 비치는 왜곡된 상이 만드는 무질서가 공존하는 풍경 앞에서 작가는 무엇이 실재인지 고민하기보다 실재와 실재 아닌 것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들여다보며 경계의 풍경을 그린다.

 

노경민은 인간의 욕망과 결핍을 그린다. 성적 욕망과 죄의식, 정열과 공허함이 교차하는 여관 공간을 경면주사의 붉은 색으로 표현한다. 나비 무늬 벽지, 인조 장미 꽃병, 독특한 모양의 화장대 등 촌스러운 여관방의 가구와 장식 그리고 작가가 요구한 자세를 취한 나체의 남성이 화면에 담긴다. 연출과 편집을 거쳐 완성된 장면들에는 여관방 공간과 상황을 바라보는 작가의 감정과 시선, 위치와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노경민은 물먹은 장지에 붉은색을 수차례 쌓아 올려 장지의 층에 충분히 스미게 한 뒤 표면을 문질러 특유의 질감을 만든다. 장지에 먹을 겹겹이 올린 뒤에야 비로소 발하는 강렬한 붉은 빛과 화면에 감도는 극적인 대비는 여관방에 집적된 욕망과 공허함의 정서를 극대화하고, 그 위에 거칠게 일어난 회화의 표면은 여관방에 쌓인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흔적을 드러낸다. 여성으로서 성적 욕망에 대해 고민했던 경험과 정서가 붉은 방에 깊이 배어 있다.

 

여인영은 삶의 흔적과 죽음의 무게를 그린다. 죽음과 소멸을 두려워하는 그가 그동안 그려온 것은 대개 낡고 연약하여 언젠가 사라지고 마는 것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귀로>, <내가 피어난 곳>, <순환>, <되돌아가는 길> 등은 죽음과 소멸은 끝이 아닌 시작이며 모든 존재는 죽음 이후 자연으로 돌아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믿음, 혹은 그러길 바라는 희망을 보여준다. 여인영은 한지에 먹을 완연히 스미거나 분채를 올린 바탕에 흑연으로 자연풍경을 섬세하게 그린다. 한지와 먹, 연필은 작가가 동양화 전공한 뒤 오랫동안 써왔던 재료이다. 먹의 농담과 연필의 명암은 작가에게 흑과 백,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회색으로 삶의 풍경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다. 자연풍경의 한 조각, 한 조각이 서로 다른 회색의 필선으로 그려져 서로 이어져 있다. 여기에서 저기로, 삶과 죽음의 고리에 놓인 무수한 존재를 치환한 자연풍경 위에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순환의 고리와 존재의 이행을 수용하는 마음이 둥근 도형에 치환하여 그려져 있다.

 

이소연은 개인의 경험과 감각, 상상이 펼쳐지는 내면의 공간을 그린다. 작가는 만물은 유동하며 지속해서 변화하기에 그 실재와 본질에 가닿을 수는 없다고 여긴다. 그저 우리는 하나의 소우주로서 각자가 감각하는 세계가 영토라고 믿을 뿐이다. 그가 그려내는 3차원의 공간은 그가 발 딛고 헤매며 감각하는 직관과 환상의 펼쳐지는 미시적 세계다. 작가는 이 아득한 주관의 세계를 선명한 색채의 아크릴 물감을 집적하는 방식으로 생생하게 구현하여 내면의 풍경에 물질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전통적인 동양화 재료와 기법으로 작업하는 대신 캔버스 천의 뒷면에 아크릴 재료로 작업한다. 캔버스 천의 뒷면엔 젯소가 발려 있지 않아 물감이 천에 스며들다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천 위에 안료가 쌓이며 이미지가 형성된다. 공간 안에 둥그런 형상, 수직의 기둥 등 도형들이 리드미컬하게 나열, 집적되고, 그 안에서 꽃이 피어나고 지층이 유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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